2007년 11월 1일 목요일

내 아이의 한길 속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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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내 아이의 한길 속 어떻게 들여다 보나 1-2

>> 앞글에 이어서

한편, 이런 문제와는 달리 상업적 목적으로 해외에서 무분별하게 도입된 검사의 경우, 전혀 다른 문화적 환경에서 만든 검사와 척도로 우리 아이들의 특성을 측정하고 정의하는 무리수를 범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신뢰성 높은 심리검사 중에는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개발된 검사가 드문 편입니다. 짧은 한국 심리학의 역사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그 보다는 이런 검사를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것이 실질적인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검사는 외국, 특히 미국의 검사를 도입하여 사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외국의 검사를 도입하는 경우,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원 검사가 갖는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 한국 문화에 맞게 검사 문항을 변형하거나 조정 해야 하고, 이런 변형이나 조정에도 불구하고 원 검사와 동일한 측정 항목을 동일한 방법으로 측정하여 해당 검사가 측정하고자 하는 특성의 차이-지능 검사의 경우에는 지능-만을 반영할 수 있도록 엄밀한 표집을 거쳐 재표준화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재표준화 과정은 어찌 보면 검사를 새로 만드는 것과 그리 차이가 없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몇몇 평판 높고 널리 사용되는 검사를 제외하고는 이런 비용을 감내하면서 심리검사를 제대로 제작하기에는 한국 시장이 너무 작으며 투자 리스크가 크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런 재표준화 과정을 무시하고 단순히 번역하여 사용하려는 유혹에 빠지기가 쉬운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제대로 개발된, 널리 알려지고 많이 사용되는 심리검사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닌 말로 틀린 자로 아이의 키를 아무리 재어본들, 그것이 어떤 쓸모가 있겠습니까?

사실 이 문제는 또 다른 측면에서도 진지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바로 재외 한인 자녀-다중 언어 문화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는 한인 자녀들에게 단일 한국어 문화를 기준으로 표준화된 한국의 심리검사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문제이며, 이런 상황에서의 검사 적용과 해석에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심리검사가 자녀의 특성을 탐색하는 대단히 강력하고 유용한 도구인 것은 사실이나, 그러기 위해서는 주의 깊게 준비되고 실행되며 해석되어야 합니다. 또한 심리검사의 결과 자체는 “당신은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선고로써의 의미를 갖기 보다는, 부모가 자녀를 이해하고, 자녀가 스스로 자신을 탐색하는 출발점으로써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당신의 자녀가 자기 자신을 알고, 당신의 자녀를 이해하는 것이 어떻게 쉽겠습니까? 그 쉽지 않은 일을 맨손으로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태산을 메라고 시킬려면 하다 못해 호미라도 쥐어주고 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심리검사는 그런 호미와 같은 것입니다. 물론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굴삭기 같이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심리검사 결과는 자녀의 특성에 대한 결론이 아니라 자녀의 특성을 탐색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시기를 다시 한번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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