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6일 화요일

우리 아이의 □□을 위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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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우수한 ICT(정보기술&통신기술)환경을 바탕으로 프로 게임리그가 운영될 만큼 컴퓨터 게임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프로 게이머 뿐만 아니라 많은 아마츄어 게이머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고 요즘 아이들 치고 즐기는 컴퓨터 게임이 한두 가지 이상 없는 아이는 없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물론 여기에 비례해 게임 좀 그만하라는 부모님의 잔소리 지수도 높아지고 있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종종 ‘테크트리’ 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가 거론됩니다.
테크트리란 컴퓨터 게임 상에서 자신이 보유한 유닛들을 더욱 더 강하게 성장시키기 위한 일종의 유닛 개발 순서입니다. 이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적의 투자 우선 순위를 정하고 적절히 자원을 투입함으로써 그 환경에 최적화 된 유닛 또는 전력으로 상대방과 싸워서 이기기 위한 일종의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게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상대와 맞붙을 때는 어떤 테크트리로 유닛을 개발하는 것이 좋다, 아니다로 게이머들 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테크트리와 전략으로 상대의 허를 찔러 게임에서 승리를 움켜쥐는 것을 보고는 찬탄을 금치 못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재미를 위해, 즐기는 게임도 승부가 지상 과제가 되고 그 방법으로써 테크트리가 화두가 되면서 더 이상 게임은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기술적 기교과 먹지 않으면 먹히는 갬블이 되어 버린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테크트리가 게이머들 세계에서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것입니다.

하는 일이 이쪽 일인지라 여러 경로를 통해 학부모님들의 주요 관심사와 이야기를 전해 듣다 보면, 우리 아이를 언제는 어디를 보내 무엇을 가르치고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 자녀 교육 계획에 대한 부모님의 관심사는 게임 내 유닛을 어떤 테크트리를 따라 키워야 할 지, 또는 최강의 유닛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테크트리는 없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게이머들의 그것과 접근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물론 우리 자식 남 부럽지 않게 잘 키워보겠다는 학부모님의 선의를, 제한된 자원 내에서 자녀에게 최고의 교육 환경을 베풀고자 고심하는 부모님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가끔씩은 게임의 즐거움을 잊어버린 게이머들 처럼 혹 과유불급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재미로 시작한 게임이 먹거나 먹히거나의 겜블이 되어 오직 상대를 '깨기' 위한 드라마만이 남아 버린 것 처럼 자녀 교육이 자녀의 미래를 판돈으로 걸고 벌어지는 겜블이 되는 것은 어느 부모님도 원치 않으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입시 지옥이라 일컫는 한국 뿐만 아니라 보다 한국의 죽기살기 식의 교육 환경에서 비교적 자유로우리라 짐작되었던 재외 한인 사회에서도 이런 유혹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내 자식이 외고나 특목고(여기서는 외국계 사립 인터네셔날 학교가 적절한 비유가 되겠지요)에 다니냐 공립학교(로컬 학교)에 다니냐, 또는 같은 학교에서도 우월반이냐 열등반이냐로 일희일비하는 학부모님의 모습을 지켜 보다 보면 정말 자녀를 잘 키우고 싶어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체면 때문인지 헷갈리는 -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진정성 마저 의심스러운- 때 마저 있습니다.

경험적으로 볼 때, 한국에서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님을 상담을 하다 보면 다들 아니라고 말은 하면서도 사실 성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자녀를 있는 그대로 못 받아들이는 부모님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래도 이런 부모님은 나은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문제로 인식하셨으니까요. 유용한 조력을 기대하고 상담기관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케이스이니까요.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것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녀에게 그 책임을 모두 전가하고 자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는 부모님이나, 그런 부모님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내거나 혹은 아예 마음을 닫은 아이들, 이런 식으로 서로에 대한 좌절로 더 깊은 골을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상담기관을 통해 문제를 드러내는 케이스 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인데 왜 이런 결과가 빗어진 걸까요? 부모님의 자녀에 대한 정성이 부족해서 이거나, 자녀의 능력이 부족해서 이렇게 되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게임을 게임으로 즐기지 못하고 승부의 결과 그 자체에 연연하는 것처럼 자녀 교육도 그 과정보다는 결과에 지나치게 연연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실패하는 케이스가 이런 이유 때문이라면, 이런 이유를 잘 활용한다면 우리 자녀의 성공에도 아주 유익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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