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27일 토요일

열길 물 속은 몰라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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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열길 물 속은 몰라도 내 아이 속 만큼은 2


지능은 인간의 지적 활동을 위한 기본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가장 첫번째로 꼽을 수 있는 항목입니다.

그런데 지능을 자녀의 성공을 위한 요인 중 하나로 들다 보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능이 높아야만 좋은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러나 가장 처음으로 꼽고 가장 기본이 되는 필수 항목이라고 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건물에는 대부분 기초가 있고 그림에는 바탕색이 있지만 아무도 바탕색을 그림이라고 하지 않고 기초를 건물로 보지는 않듯이 말입니다.
지능 역시 그 자체가 성공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척도라고 하기 보다는 성공을 위한 바탕, 기초로써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종종 낮은 지수에 실망하시거나 높은 지수에 화색이 도는 부모님이 계십니다. 그러나 영재라고 해서 마냥 기뻐할 일은 못 되는 것 같습니다. 영재는 각종 발달 장애로 오진 되는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적 적응에 어려움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여기에 대한 케어링이 필요하며, 영재가 가진 그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특수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것이 현실적으로는 대단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다원성이 인정되지 못하는 집단 분위기에서 영재는 자신의 ‘선물 받은’ 재능을 버리고 ‘일반’ 속으로 백기투항 하던가 아니면 우리와는 다른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고 살아가던가 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고흐와 같이 뭇사람들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그러나 자신의 내면은 고통으로 가득 찼던 천재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힘겨운 선택보다는 천재성을 버림으로써 평탄한 생활을 선택한-대신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알려진 천재들보다 잘 살지 못했다, 또는 덜 행복했다고는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다른 예를 하나 들자면, 제5공화국 초기 국가적 차원에서 영재를 선발하고 교육하겠다는 시도가 한번 있었습니다. 정통성 없는 정부가 벌인 보여주기 행사라 실제 추진 의지가 없었는지, 이 시도는 1년 남짓 형식적으로 시행되다가 흐지부지 되고 맙니다. 그런데 이때 선발된 영재들의 거취를 몇 년이 지난 후 추적 조사를 해보니 대부분 자신의 능력을 살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통념에서의 성공과도 거리가 먼 낮은 성취를 보이고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지능을 알아보아야 할 필요성은 옷을 고를 때의 신체치수와 같습니다. 팔 길이와 허리, 가슴 둘레 등 각 신체 사이즈를 정확하게 측정해 여기에 따라 옷을 만들면 자신의 몸에 딱 맞는 맞춤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기성복-현대적 제도 교육-도 맞춤옷에 비해 손색이 없는 편이므로 굳이 맞춤옷을 해 입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그러나 기성복을 입을 때도 허리 치수 정도는 알고 있어야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지능은 그 사람에게 맞는 옷을 눈대중이 아니라 신체 치수로 고르듯이 자녀에게 적합한 교육전략을 선택할 때 기본적인 선택 기준을 제시해주고 혹, 특별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또는 선택에 유의점은 없는지 등에 관한 정보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옷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것 중에서 치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마 디자인일 것입니다.
다음에는 옷의 디자인으로 비유될 수 있는 자녀 성공의 두 번째 요인인 성격 유형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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